수필

秋 夕 小 考

basicstone 2009. 7. 29. 17:49

      " 秋 夕 小 考 "

어릴적에 바라 본 달은 보름달인데, 왜? 나이들어 바라보니 초생달

인가?

추석을 기다리며 들뜬 기분에 부푼 희망은 어느덧 세월의 바람따라

날아가고 이제는, 어깨 축처진 나그네가 바라보는 조각달이련가? 

부모님은 떠나시고, 어릴적 소꼽친구들 모두 흩어져 찾을길 없는데

이제 와 보니 무심한 산하만 고향을 지키고 있네.

정겨운 웃음소리 어디로 가고, 한숨 소리만 들리는가?

큰 꿈은 기러기 타고 날아갔나? 허공에 새긴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

되어 울리는데, 무정한 바람만 속절없이 고향 들녁을 휩쓸고 다니네.

소중한 약속, 부푼 희망도 이제, 한갖 색바랜 낙엽되어 아련한 추억만

가슴에 남기고 발아래 나 뒹글고 있네.

가는 세월을 그 뉘라서 어찌 하겠는가?

어제가 있기에 그래도 오늘의 내가 있다면, 내일이 있기에 오늘의 나는

아직 희망이 남아 있는게 아니겠소.

육체는 비록, 세월따라 쇠퇴해 갈지라도 정신과 마음은 세월따라

조금씩 살 찌워 간다면 그 누가 세속의 잣대로 인생을 무어라 품평

하리요?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조금이나마 만족을 느끼는 삶이라면 누가

 뭐라 한들 무슨 문제가 될 수 있겠소.

세상사 모든 것이 아는만큼 보이고, 보인만큼 느끼고, 느낀만큼 감사

하고,감사한 만큼 사랑하고, 사랑한 만큼 행복해 진다면,행복이 어찌

돈, 명예, 권력, 지위로 저울질 할 수 있으리요?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결코 볼수 없고, 볼 수 없으면 느낄 수 없으며

느낄 수 없다면 감사할 줄 모르고, 감사할 줄 모른다면 사랑할 줄

모르고,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는 결코,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오.

그러므로 인생사 모든 것이 마음에서 시작해서 마음에서 끝나는

것이라오.

결국, 인생이란 '공즉시색, 색즉시공'이고, '공수래 공수거'가 아니겠소?  부질없는 구름들이 제 아무리 요란을 피우고 재주를 부려도,

태양은 언제나 구름위에서 웃으면서 환하게 비추고 있는거라오.

우주가 돌고 은하가 돌고 지구가 돌듯이, 우리도 돌고 도는 거라오. 

한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어야만 새싹이 돋아 나오고, 촛불은 제

한 몸을 태워야 세상을 밝힌 것이 아니겠소.

발아래 나 뒹구는 저 낙엽들도 제 한 몸 썩어 밑거름되어, 다음 세대를 준비 한다오.

비록, 미약한 존재지만 세상과 다음세대를 위해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 누가 부질 없는 인생이라고 하리요?

나이 들어 추석을 바라보는 작은 소감은, 세월따라 즐거움은 반비례

하고, 쓸쓸함은 정비례 하는 것이라오.

이제, 쓸쓸함이 점점 더 몰려오고 점점 더 회한이 몰려 오기전에 이

가을 부터 매일 매일 조금씩 마음을 알차게 살찌우는 삶속에 훗 날

그래도 무언가 결실을 거둘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오.

흐르는 물에서 그 뉘라서 같은 물에 두번 손을 씻으리요?

논두렁에 앉아 이미 지나가 버린 봄을 원망하느니, 지금이라도 남은

날 만큼이라도 열심히 일해야 그 나마 수확을 거둘 수 있는게 아니

겠소?

그래서 흔히들 말하기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말한다오.

항상 배우는 자세로 생활 한다면 나이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오.

이런 저런 이유를 대는 것은 결국, 아직 마음이 없는 것이라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기회도 찾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오는 것이지, 잠자고 있는 사람에게 오지는 않는다오.

얼마 남지 않은 인생, 더 늦기 전에, 지금 바로, 마음 공부를 시작하여

무언가 결실을 수확하고, 알찬 보람도 거두면서 멋지게 인생을

마무리하고,  바람처럼 흔적없이 깨끗이 떠나고 싶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