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자 국
"52) 발 자 국 "
-- 1971.10.10. --
꽃잎 사뿐히 밟고
꿈길따라 파랑새찾아
사랑 속삭이는 오솔길에
행복에 젖은 발자국.
눈물의 강을 헤쳐 밟고
현실에 시달려, 꿈이 멍든 채
내일을 어쩔 수 없어,
오늘에 남긴 진한 고뇌가
젖은 발자국.
황금 물결 웃으며 밟고
오랜 보람의 옷을 짓는,
결실이 남긴 숱한 성숙에
젖은 발자국.
낙엽 외로히 밟으며
사뭇, 옷깃을 여미고
이별을 서러워 하는,
황혼에 남긴 슬픔이
젖은 발자국.
눈을 무겁게 밟으며
오랜 역사를 이끌고
사죄에 고뇌 씹으며,
무한한 영혼을 위해
인생 황혼에 눈물이
담긴 발자국.
어제부터 오늘을 이어
내일로 끝없이 가고 있건만,
마침내는 지워지고 말
눈물과 추억만이 남는
후회의 발자국.
너도 가고, 나도 가고
나도 가고, 너도 가야만 하는
꽃길, 가시밭길, 들길, 산길
미운 길, 고운 길, 웃느 길, 우는 길
길마다 아로새겨 질
고뇌의 역사가 찍힌
회상이 젖은 발자국.
길은 먼데, 산을 험하고
주막이 없어 쉬지도 못한 채,
넘어지고, 돌아가고, 건너가는
그래, 오늘의 역사를 싣고
나도야,남기는
인생의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