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태

basicstone 2019. 11. 4. 14:14

   "53)  권   태 "

                 -- 1971.10.11. --

오늘도 해는 뜨고, 달은 진다.

     사람은 웃고, 나는웃지 않는다.

일분이 하루같이 길고

     하루가 일분처럼 똑 같다.

여름은 춥고, 겨울은 덥다.

      봄은 가을 같고, 가을은 봄 같나 보다.

지금이 어느 계절인지 모른다.

      추운지도, 더운지도 모른다.

오늘이 몇일인지? 무슨 요일인지?

      볼 필요도 없고, 달력도 없다.

그래도, 배 고프면 밥은 먹는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죽을 수가 없어서다.

이젠, 웃음도, 눈물도 없다

     아니, 웃을 힘도, 울 힘도 없나보다.

보는 곳도, 듣는 것도

       항상, 똑 같은 것 뿐이다.

             그래, 즐거운 것도, 슬픈 것도 없나보다.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똑 같다.

      내일을 기다릴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것은 너무도 뻔한 일이다.

오늘도 해는지고, 달은 뜬다.

    그 뿐, 아무런 변화는 없다.

그래도, 잠이라는 위안 때문에

      오늘을 이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