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는 보았다
basicstone
2019. 11. 7. 17:47
" 94) 나는 봤다 "
-- 1972.3.24. --
따사로운 三月 어느 오후
포근스런 언덕에 홀로 앉아,
나비들의 유희에 정신을 주다, 문득
얼음을 녹인 大地의 입김속에
새싹이 쑥 쑥 솟는 것을 나는 보았다.
두꺼운 구름을 헤치고
파란 물감을 뚝 뚝 흘리며,
마음껏 노래하며, 하늘로
자꾸 자꾸 솟아 오르는 노고지리의,
즐거운 표정을 나는 보았다.
세겹의 얼음은 깨고
한겹의 얼음일랑 녹여 버리면서,
오랜 소식 전하며, 서로 서로 손잡고 춤추며
내일의 광장으로 전진하는
시냇물을 나는 보았다.
커다란 바위를 차마, 들지 못하고
허리를 굽혀, 기어코 고개 든
개나리의 인내와 꿈을
나는 보았다.
자연에 홀려, 아지랑이에 도취 해
고향의 뒷동산을, 옛 동무들을,
한참동안, 꿈꾸고 있는 나를
나는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