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의 추억
" 106) 그 날의 추억 "
-- 1972.7.8. --
손꼽아 기두린 첫 date 날
얼마나 서성대며 울렁했나?
몸단장 하고, 거울보고, 또 한번,
아침은 또 그처럼 청명했다.
오전은 또 그처럼 늦개 갈까?
시간을 본다. 다시 또 한번,
마음은 날으고 발은 걷는다.
꿈은 피고 미소만 넘칠까?
언제, 눈물을 흘렸던가?
아까시아 향기가 이처럼 향기롭고
여우 숲 오솔길도 이처럼 정다울까?
콧노래가 발걸음에 힘을 주는가?
이름모를 새도 내마음에서 노래 부르고
조그만 살여울도 내 마음에서 흐른다.
미풍에 날려 온 휴지도 님의 소식인양 . . .
님을 기두리는 시간은 행복을 꿈꾸는 시간
먼 곳, 조그만 님의 모습에
내 마음은 멀리 그네를 탄다.
바닷가 모래알 보다 많은 사연
그처럼, 연습했건만 어쩜, 이처럼 말도 못하고
어설픈 미소, 아! 황홀한 순간.
입으로 못한 사연, 눈은 열변을 토한다.
불이 붙는 마음은 곧게만 흐르고
고도치는 가슴에 숨소리도 크다.
살픗 웃는 미소가 그처럼 힘이 셀까?
어쩜, 살짝 닿은 고압 전류에
짜릿 짜릿 전신은 이처럼 마비되나?
"석양이 참 곱죠?" 그녀가 말했다.
" 어쩜, 참 황홀 하군요." 파도가 밀려 오듯
가슴 뿌듯이 넘쳐 흐르는 기류가
나를 에드발륜 마냥 하늘 높히 띄운다.
"이젠, 그만 돌아 가야죠? "
그 한마디에 난,
그만 공중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 7시 인걸요? " " 벌써, 그렇게나? "
오후는 또 그처럼,
시간이 빠를까?
그녀가 멀리 사라질 때, 내꿈은 깨었다.
자석 마냥 붙었던 다리가
천근의 쇠를 달고 나를 끈다.
내일의 기약을 못 했다. 꿈이라서
처음이자 마지막 date는
이처럼 흘렀다.
지금도 내마음 호수에 고히 고여
님과 나는 배를 띄우고 추억을 저으며,
회상의 날개를 펴고 날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