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민원, 실수사례.

basicstone 2009. 10. 26. 17:58

     " 민원, 실수 사례 "

1970년대 하반기 쯤이라 생각 된다.

그 당시 나는 군에서 제대 후, 00구청 000과에 복직한지 얼마 안

었을 때였다. 

무더운 여름 어느 날 오후, 그 날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직원들은 각자 

자기 일을 하느라고 사무실은 무척 조용하고 평온한 상태였다. 

바로 그때 발로 문을 차는 듯한 요란한 문소리에 전직원의 시선은

일제히  문으로 쏠렸다.

태연스레 들어서는 젊은이는 우리 모두에게 꽤 당혹감을 안겨 주었다.

장발에 얼룩무늬 티셔츠를 입고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자신이 마치

'스타' 라도 되는 것처럼 건들거리며 내 앞으로 오고 있었다.

아무리 제 멋에 사는 젊은이라고 하지만 조금은 지나친 것 같아 별로

좋은 인상은 아니지만, 아무튼 민원인 이라  잘대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가까스로 참고 있는데, 다른 직원들은 그래도 노골적인

불쾌한 시선으로 그 젊은이를 주시하고 있었다.

내가 먼저, " 어떻게 오셨습니까? " 하고, 애써 태연한 척 정중하게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 젊은이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 보고 나서는, " 걸어서 왔는데요." 라고 말한다.

나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그 젊은이를 바라보고 있는데, 직원들은  재미있다고 소리 죽여 낄낄 웃고 있었다.

심호흡을 몇번 하고 나서야 나는 겨우 감정을 진정 시킬 수 있었다.

내가 아무 말도 않고 가만히 있으니까 그 젊은이는 답답했는지 나에게

" 어떻게 하면 군대에 빨리 갈 수 있어요? " 하고 묻는다.

나도 모르게 즉각적인 반응으로 " 아, 택시 타고 가면 빨리 갑니다. "

라고 말했다.

나의 돌발적인 말에 직원들은 통쾌하다는 듯, 큰 소리로 요란스레

웃는다. 이번에는 그 젊은이가 멍해져서 두리번 거리고 있다.

아차, '내가 너무 심했구나 ' 하는 생각에 의자를 권하고 자세한 안내를 해 준 뒤, 선배 입장에서 좋은 말로 타일러 주고, 내 자신도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였다. 

알고보니 외모와는 달리 퍽 순진한 젊은이였다. 

다만, 너무 제 멋대로 자란 탓에 남을 의식하지 못한게 아닌가 생각

된다. 왜일까? 오랜 공무원 생활에서 이 일은 결코 잊혀지지 않고 뇌리에 남아 있다.

우리는 민원인을 상대 하다보면 별의 별 사람을 다 만나게 된다.

상대가 억지를 부리거나 시비를 걸면, 공무원이기 전에 같은 인간으로서 감정이 앞서고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투쟁 심리까지 발동 되는 수가

종종 있다. 이 경우, 공무원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젊은 층 일수록

참기가 어려우리라 본다.

이제, 돌이켜 보면 그 당시 민원인을 이긴 것이 정말 이긴 것일까?

공무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민원인을 위해 최선의 친절 봉사를 해야

한다.  자기 자신의 감정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승리자가 될 수 있는 첩경이 아닐까?

비록, 그 순간에는 민원인에게 지지만, 영원히 승리하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더 넓고, 더 높고, 더 깊게 생각하면서 더욱 친절 봉사를 해야 되리라 본다.

실수가 아름다운 것은 그것을 거울 삼아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발전의 밑거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