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basicstone 2009. 7. 14. 17:04

       " 어 머 니 "

80고령의 어머니를 입원 수속할 때,

    거동이 불편 하신 어머니를 안고 진찰실로 가면서

        저는 속으로 소 울음을 울었습니다.

       -- 우리 6남매를 업어 키우신 어머니가

                이제, 이처럼 가벼울 수가 없습니다.

진찰실에서 어머니의 앙상한 가슴과

     말라 비틀어진 젖을 보고는

          가슴이 저려 눈을 감았습니다.

     -- 어머니 젖을 먹고 우리 6남매는 성장했고,

              어머니는 이제 소진되어 고목처럼 변했습니다.

         서로 차지 하려고 다투었던 한 없이 포근했던 어머니 가슴은

              어느새, 스산한 찬바람이 부는 황량한 벌판이 되었습니다.

어머니 대소변 하나 선뜻 받아 치우지 못하고

       우린, 서로 눈치를 보았지만

    -- 어머니는 우리 6남매를 기쁜 마음으로

           대 소변 받아주고 키웠습니다.

우린, 이런 저런 변명을 하면서

       어머니를 잊고 산 적이 많은데,

    -- 어머니는 지금도 우리 6남매 걱정에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십니다.

어머니는 자신의 밥을 저희들에게 얹어주고

      굶기를 밥먹듯이 하였건만

    -- 우린 항시 자신부터 배를 채우는 생활을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저희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 주셨고,

         만약, 못 해주시면 안타까워 우시곤 했습니다.

    -- 그러나, 저희는 '괜찮다'라는 어머니 말만 곧이 듣고

               무엇 하나 해 드린게 없습니다.

어머니는 우리 6남매의 수발을 하느라고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 까지 잠시도 쉬지 못하고

              허리가 휘도록 일만 하셨습니다.

     -- 그러나, 어머니의 다리는 이제 마른 장작처럼

               가늘고 힘이 빠져 걸을 수도 없습니다.

한없이 인자 하시고 곱기만 하던

       어머니의 얼굴은,

      -- 이제, 주름이 고속도로처럼 사방팔방을 가르고

            죽음의 그림자만이 아른거립니다.

어머니를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는

      기회는 분명 있었습니다.

    -- 그러나, 저희들은 세월은 가지 않는 것으로 착각하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습니다.

어머니는 이제 아무 것도 받으실 수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겨우 미음 한 두숟갈과 주사약으로

           생명의 끈을 잡고 있을 뿐입니다.

   -- 어머니가 받을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무엇이라도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우러나오는

                제 자신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습니다.

                    너무 너무 부끄러워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가끔씩 찾아오는 진통에

       진저리를 치시고, 이를 악물고 참고 계십니다.

    -- 어머니의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무너집니다.

            '하느님' 제발 어머니의 그 고통만이라도 제가

                  감당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두 손 모아 열심히 기도를 드리지만 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랑이 유달리 많으신 어머니께서 자신의 고통을

               자식들에게 넘겨 주실 분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더욱 안타깝고 괴롭습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어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이제는 회복 할 가망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간, 오싹 소름이 끼치고 찬바람이 붑니다.

           갑자기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온 세상은

               정전이 되어 어둠 속으로 묻혀 버립니다.

      너무도 무서운 마음에 다리가 후들거려

            일어 설 수가 없습니다.

       미련하게도 어머니는 항상 저희 곁에

             계시는 줄 알고 살아왔습니다.

'어머니' 속으로 가만히 부르기만 해도

      이처럼 눈물이 앞을 가리고, 가슴은 쿵 쿵 고동을 칩니다.

   -- 이제 어찌하란 말입니까? 무엇을 해야 이 불효의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습니까?

         못난 저는 힘도 없고 능력도 없습니다.

             그저, 양심의 삿갓을 머리에 쓰고  죄인으로

                   어머니를 지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불효자는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무릎꿇고 용서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