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 故 鄕 "
호올로
호젓한 산길을 돌아
얼마련가? 고향을 찾아 가네.
파아란 하늘에선
파아란 물이 뚝뚝 떨어지고
앞 동산은 여기 저기
붉은 단풍이 산자락을 수 놓고 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길가 코스모스는 흐느러지게 웃고
고개 숙인 누런 벼는 덩실덩실 춤을 춘다.
무슨일이야?
저 멀리서 시원스레 제비가 날아 오고
고추잠자리는 머리 위에서 강강수월래 한다.
서낭당 앞에는
무슨 소망이 그리 많아서
저리 알뜰 살뜰 탑을 쌓았나?
동구 앞, 저 느티나무
하 그리 오랜 세월인데
어쩜, 늙지도 않는 걸까?
오늘도 동네 어르신들
정자에 둥그레 모여 앉아
막걸리 내기 장기를 두신다.
마을의 전설은
이제, 빨갛게 익어
감나무마다 아롱다롱 달려있다.
성질 급한 밤 한 톨이
무작정 가출했다가
아뿔사, 다람쥐에 놀라서
낙엽속으로 슬며시 스며든다.
어릴 적, 고향 떠난
초라한 나그네가
무에 그리 반갑다고
까치는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나?
윤초시네 과수원
혹부리 영감의 닭장도
변함없이 그대로 인데
아! 옛 친구는 간곳이 없네.
행여, 지금도 그럴까?
어머님 문 앞에서 날 기두리시고
순아는 몰래 울타리 뒤에서 날 훔쳐 볼까?
그저, 무심한 초승달만 빙그레 웃고 있네.
삽지재 너머
달도 구름속으로 숨어버리고
짙은 안개 가르마 타고 바람 소리만 들려오는데
나그네의 회한은 가을밤 따라 점점 깊어만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