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basicstone 2009. 7. 16. 18:16

     " 故   鄕 "

호올로

  호젓한 산길을 돌아

       얼마련가? 고향을 찾아 가네.

파아란 하늘에선

     파아란 물이 뚝뚝 떨어지고

       앞 동산은 여기 저기

             붉은 단풍이 산자락을 수 놓고 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길가 코스모스는 흐느러지게 웃고

           고개 숙인 누런 벼는 덩실덩실 춤을 춘다.

무슨일이야?

     저 멀리서 시원스레 제비가 날아 오고

          고추잠자리는 머리 위에서 강강수월래 한다.

서낭당 앞에는

     무슨 소망이 그리 많아서

          저리 알뜰 살뜰 탑을 쌓았나?

동구 앞, 저 느티나무

     하 그리 오랜 세월인데

          어쩜, 늙지도 않는 걸까?

오늘도 동네 어르신들

     정자에 둥그레 모여 앉아

            막걸리 내기 장기를 두신다.

마을의 전설은

    이제, 빨갛게 익어

          감나무마다 아롱다롱 달려있다.

성질 급한 밤 한 톨이

    무작정 가출했다가

         아뿔사, 다람쥐에 놀라서

              낙엽속으로 슬며시 스며든다.

어릴 적, 고향 떠난

      초라한 나그네가

            무에 그리 반갑다고

                   까치는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나?

윤초시네 과수원

    혹부리 영감의 닭장도

           변함없이 그대로 인데

                 아! 옛 친구는 간곳이 없네.

행여, 지금도 그럴까?

     어머님 문 앞에서 날 기두리시고

          순아는 몰래 울타리 뒤에서 날 훔쳐 볼까?

               그저, 무심한 초승달만 빙그레 웃고 있네.

삽지재 너머

      달도 구름속으로 숨어버리고

            짙은 안개 가르마 타고 바람 소리만 들려오는데

                  나그네의 회한은 가을밤 따라 점점 깊어만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