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이 오는 길목 "
휘리릭, 휘리릭
검은 장막을 헤치고
심술이 더덕 더덕 붙은 바람이
무작정 휘몰아 온다.
애꿎은 낙엽들만 하릴없이
이리뒹글, 저리뒹글
휘청거리고
몇 개 안남은 이파리도
용트림을 하며
가냘픈 가지 끝에 매달려
실갱이를 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까치는
몇 개 안 남은 감을 쪼고 있다.
부르르 몸을 떠는 강아지를 몰고
종종 걸음으로 가는
꼬맹이도 보인다.
아스라히 몰려오는 안개 속에서
개 짖는 소리에 놀래서
어둠은 떼로 뭉쳐 오는데
하나, 둘
가로등 불 빛 따라
온 대지는 다시 검은 장막 속으로
몸을 숨기고 숨을 죽이는데....
위윙, 위윙
심술 난 바람만
저 혼자 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