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 등대 지기 "
-- 1972.8.8 --
파도소리
갈매기 여울지는 소리.
저 멀리 들리는 뱃고동 소리.
섬을 휘 감는 바람 소리속에
순아의 한 맺힌 외침 소리.
뿌연 안개에 젖어 고독 오고
황혼따라 추억 번진다.
내 배 고히 흐를 때
마냥 마냥 웃음 깔았고
꽃들의 미소 보고, 무지개 꿈 꾸었다.
그건, 태풍이었다.
넘치는 바닷물 짜디 짜고,
암초는 싸늘한 체온 묻고
등대는 안개에 젖어 버렸다.
수양버들 늘어진 길을 따라
뒤 돌아 보지 않고 떠나,
무인 등대 찾아 고독 씹고
추억 먹고 하루 산다.
물결 넘치고, 고독 넘치고,
황혼 번지고, 추억 번지고,
갈매기 날고, 내 마음 날고,
뱃고동 울고, 내 사랑 운다.
바람 불고, 안개 젖는 밤
순아 찾아 오라고,
불 밝힌 등대 불 돌린다.
저 멀리 물 속까지 . . .
파도 소리
갈매기 여울지는 소리.
저 멀리 들리는 뱃고동 소리.
섬을 휘 감는 바람소리 속에
순아의 한 맺힌 외침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