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잊을 수 없는 추억

basicstone 2009. 7. 1. 18:12

     " 잊을 수 없는 추억"

라일락 향기가 물씬 풍기는 5월 어느날,

조그만 읍소재지의 시골 중학교 3학년 1반 국어시간은 점심 후 첫 시간이었다.

남 녀 공학에  이제는 이성을 의식하고, 순수한 꿈을 그리는 학생들이지만, 봄을 맞는

나른 함에는 어쩔 수 없는 듯, 대부분의 학생들은 체면 불구하고  끄덕 끄덕 졸면서도

틈틈히 선생님의 눈치를 살피는 무척이나 조용하고 나른한 수업 시간 이었다.

연세가 지긋한 국어 선생님은 학생들이 졸거나 말거나 아랑 곳 하지 않고, 책상 사이를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시면서, "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히 보내

드리 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소월의 시를 낭송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를 자장가로 착각했는지, 점점 상체가 한 쪽으로 기울다가 제풀에

깜짝 놀라, 잠시 일 순간만 선생님의 눈치를 살피고, 겨우 안심 한 듯 다시 졸기 시작 하고

영순이는 잘 생기고 공부도 잘하는 훈희를 몰래 훔쳐 보면서, 저 혼자 멋적어 빨갛게 얼굴

붉히며 고개를 숙인다.

명구는 선생님 몰래 책상 밑으로 주간지를 뒤척이며, 예쁜 여자의 해수욕 복 모습에

정신을 잃고 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뽀오옹~~,오옹~~,옹~~"

무척이나 조용하고 나른했던 수업시간의 정적을 일 순간에 깨뜨린 요란한 폭소탄이 터진 것이었다.

여학생 때문이었을까?

오랫동안 참았다는 것은 그 소리가 무척 길었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충분히 짐작이 간다.

갑작스런 소나기 처럼 전 학생의 웃음 소리가 온 교실을 진동한다.

공부를 안 하고, 조금 전까지 졸던 학생들이 훨씬 더 크게 웃는다.

갑식이는 맨 나중에 깨어나서, 내용도 모르고 커다란 눈을 두리번 거리다가 남 들이

웃으니까, 무조건 따라 웃는다.

무엇이 그리도 기쁠까?

너무 웃다가 눈물까지 흘리는 여학생도 있었다.

'초랭이 방정'이라는 별명을 가진 경자는 옆자리에 앉은 순영이를 처음에는 꼬집다가,

다음에는 아무데나 마구 때리더니, 끝내는 팔짝팔짝 뛰면서 기절초풍하게 요란을 떤다.

어휴, 천만 다행이다.

내가 옆 자리에 있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요란한 폭풍소리가 한바탕 지나갈 때까지 선생님께서는 말없이 웃지도 않으시고 그냥

서 계셨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의식하고 하나,둘 웃음을 멈추니, 다시 조용한 정적이 감돌고 이제는

한사람도 조는 학생이 없이 모두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과연 선생님은 어떻게 하실까?

모두가 궁금해 하면서 눈망울들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말없이 창문 쪽으로 걸어 가시더니, 창문을 활짝열고 나신 후. "방금 신청

하신 곡 목은 '창문을 열어다오'"

다시 한번 요란한  웃음소리가 진동 하고 나서야 수업시간을 마칠 수 있었다.

누구냐고? 따지고 묻는 학생도 없었다.

다음 체육시간을 위해 우루루 운동장으로 몰려 나갔다.

지금도 그가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봄이오는 길목에서 저절로 혼자 미소 지으며, 국어 선생님의

'여유와 재치'를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아 다시 한번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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