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 나 기 "
설마, 괜찮겠지?
잔뜩 찌푸린 하늘, 무시한 죄
된통 걸렸다. 소나기 심술에,
처마 밑에 웅크리고 오돌 오돌 떨 수 밖에....
비 맞은 장닭처럼
초라한 몰골에도,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영상들....
멋적게, 실없이 혼자 웃고 있네.
꿈 많은 어린 시절,
소꼽친구와 놀던 그 때도
별안간, 소나기가 휘 몰아쳐,
커다란 토란 잎 우산 쓰고, 서로 깔깔 웃었는데....
밭 가운데, 원두막으로
가까스로 소나기를 피해,
참외랑, 수박이랑, 함께 먹고
그 때는 소나기가 금방 지나가버려 서운했는데....
칠칠치 못한 성격에
어디, 소나기 세례도 한 두번인가?
그런데, 왜 하필 그 때가 떠오르는가?
수줍음 많던, 순아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