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샘 바 람 "
웬, 심술이람?
무던히도 포근한 날씨에
오랜 소망 끝에 꽃망울이 맺혀,
이제, 막 수줍은 양 미소 살픗 띄우고
겨우, 고개만 내밀었을 뿐인데....
가슴을 헤집고 파고 들어
뼛속까지 시리게 만들다니,
무슨 죄란 말인가?
무슨 억하 심정인가?
피눈물 뚝 뚝 흘리며
무참히 껶여버린 꽃 송이....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가슴을 치고, 피눈물을 삼킨다.
세찬 바람에 온 몸이 찢겨도
소망 담은 의지는 꺾을 수 없나 보다.
찢겨나간 상처 속에서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벌써,
조그만 꽃망울이 움트는 것을....
불어라! 불어라!
심술쟁이 꽃샘 바람아!
누가, 누가 이기나
어디 한번 내기해 보자꾸나.
그대는 보았나요?
찬서리, 얼음 속에서도
꿈틀 꿈틀 움트고 있는,
여리디 여린 그 가냘픈 꽃망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