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권 태 "
-- 1971.10.11. --
오늘도 해는 뜨고, 달은 진다.
사람은 웃고, 나는웃지 않는다.
일분이 하루같이 길고
하루가 일분처럼 똑 같다.
여름은 춥고, 겨울은 덥다.
봄은 가을 같고, 가을은 봄 같나 보다.
지금이 어느 계절인지 모른다.
추운지도, 더운지도 모른다.
오늘이 몇일인지? 무슨 요일인지?
볼 필요도 없고, 달력도 없다.
그래도, 배 고프면 밥은 먹는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죽을 수가 없어서다.
이젠, 웃음도, 눈물도 없다
아니, 웃을 힘도, 울 힘도 없나보다.
보는 곳도, 듣는 것도
항상, 똑 같은 것 뿐이다.
그래, 즐거운 것도, 슬픈 것도 없나보다.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똑 같다.
내일을 기다릴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것은 너무도 뻔한 일이다.
오늘도 해는지고, 달은 뜬다.
그 뿐, 아무런 변화는 없다.
그래도, 잠이라는 위안 때문에
오늘을 이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