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 길 "
-- 1972.3.18. --
길은 외롭다.
아침 이슬 함초로히 맺혀 있고,
새들의 지저귐이 여울져
주춤하고, 뒤 돌아 보아야 했다.
길은 멀다.
떠날 때는 안개에 묻혀 망막 흐리고,
아지랑이 마냥 아른거려 . . .
눈부신 햇살이 꺾일 때는
감히, 쳐다 볼 생각도 못 하고,
이처럼, 땅거미 그림자 늘일 때에야
후회에 가슴이 멍들어
볼려고 애를 써도 보이지 않는다.
길은 길이다.
숱한 사람이 지나간 고뇌가
빗물에 씻기고, 태양에 말려도,
나도 가야만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