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7) 한 여름밤의 정경 "
-- 1972.7.30. --
쓰르래미 소리, 모기불 향기
망아지 엄마 찾는 울음 따라,
황혼 곱게 밀려 오면
타작 마당 가자. 멍석을 깔자.
청개구리 울음 소리 따라
반딧불 어지러히 날고,
별들의 다정스런 옛이야기 엿들며
보름달 살픗 망우리산 위로 고개 든다.
갈미봉 넘어 오는 바람
베적삼에 밴 땀 씻어,
갈매기 날개에 실어 보내고
달님에 보내는 미소 흐른다.
참외, 수박, 실컷 먹고
퉁배를 내 밀다 말고,
식이는 손가락 꼽아 가며
별을 센다. 꿈을 헤아려 본다.
순아를 몇번이고 훔쳐 보며
올 가을 풍년 들고, 소원 성취 되길,
갑식이는 별들에게 고히 빌고
홀로 멋적어 달보고 웃는다.
혹부리 할아버지 옛이야기
명구는 두 눈을 오뚝하고, 준석이는 끄덕 끄덕
칠석이는 바싹 다가 앉고
영희는 엄마의 치마를 움켜 잡는다.
이야기따라 밤은 깊어 가고
별들도 하나, 둘, 졸며 스러질 때,
하나 둘씩 보금자리 찾아 흘러 들고
모기불도 사르륵 사르륵 꺼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