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7) 어느 깃발 "
-- 1972.10.2. --
오랜 가뭄에 지친 벼
논 바닥은 금을 가르고,
누렇게 뜬 벼, 삐쩍 삐쩍 타고
가르마 같은 아가리 하늘을 문다,
푸른 하늘, 더 더욱 높아만 가고
흰구름 한조각 꿈처럼 흐른다.
머리 위에 그물을 치고
장대 같은 비를 걸른다.
축 늘어 진 팔이 하늘로 솟고
가슴을 타는 단물은 하늘이 주는 젖,
남의 마을서만 본 풍년 잔치.
농악에 묻혀 빙 빙 돈다.
폭풍 뒤에 태양은 솟고
태양이 뜨면 가슴은 뛰고,
가슴속에 장미가 곱개 미소 지으면
깃발 하나, 신나게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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