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오면 "
단풍이 곱게 물드는 가을이 오면....
옛날 어린시절, 아련한 추억이 자꾸 떠오른다.
유난스레 수줍음 많은 '순아'가 그냥 보고싶다.
지금 바로 아무런 생각없이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 가고 싶다.
오곡백과가 제 각각 알찬 결실을 뽐내지만....
저 푸른 하늘처럼,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다.
싸늘한 바람따라 아쉬움과 쓸쓸함이 떼지어 몰려 온다.
떨어지는 낙엽 하나를 보아도 괜스레 눈물이 난다.
깊어가는 가을에 주룩주룩 비가 내리면....
비소리가 발소리 같아 몇번이나 문 밖을 나가 본다.
살픗 살픗 내리는 비가 처음에는 몸을 적시고,
끝내, 마음을 적셔 나를 울리고 만다.
빗방울에 안경이 흐려져, 저 먼 그리움을 놓쳐 버렸다.
가을밤이 소리없이 검은 장막을 드리우면....
종 잡을 수 없는 상념에 밤새 이리 뒤축 저리 뒤축
나 홀로 씨름을 하느라고 날밤을 새고 만다.
꼭, 무언가 잃어 버린 것 같아 아쉽고 허전함에
남 모른 속만 태우느라 정신이 없다.
무심한 세월은 말없이 저 혼자 잘도 가는데
때 늦은 그리움만 차곡차곡 쌓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