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다가 하루쯤은.... "
주룩 주룩 비 내리는 날,
아무도 모르게 홀로 가는 山行
한 사람도 오고 가지 않는 산 길
체면도, 위선도, 가식도 벗어버리고
아무런 보호 장비없이 고스란히 맞고 가는 비....
언제 부터인가?
처음엔, 몸의 때를 벗겨내고
나중엔, 마음의 때도 벗겨낸 후,
이젠,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돌아오고 싶다.
눈보라 휘몰아치고
엄청, 함박눈 쏟아지는 날,
나 홀로, 바닷가 해변을 무작정 거닐고 싶다.
처음엔, 하늘도, 바다도, 땅도 구분 되지만
언제 부터인가?
하늘도, 바다도, 땅도 구분없이 위 아래
앞 뒤, 좌 우가 모두 하얗게 변한 눈 세상....
나는야, 커다란 하얀 캔버스에
잘 못 찍힌 점 하나,
그 점도, 얼마안가 지워지고
나 자신도 없어지고 우주만 남네.
두어라, 내가 온 곳으로 내가 간 것뿐
나를 찾아 무엇 하리요?
어느 날, 땡전 한푼없이
머나먼 이국 땅, 아주 생소한 마을,
한번도 만난적 없는 사람들과 하루쯤 보내고 싶다.
말이 안 통하면 어쩌랴?
손짓, 몸짓이 있는데....
행여, 운이 좋아 좋은 사람 만나면
모처럼, 멋진 하루를 보내고
혹, 운이 나쁘면 쫄쫄 굶고 하루 쯤
그럭 저럭 노숙하면 되는 것을....
모두가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추억이라네.
비바람 몰아치고
으스스한 그믐날 밤,
인적이 끊긴 어느 공동 묘지
아무런 준비없이 그냥, 혼자 그 곳에서
날 밤을 새며, 내 자신을 돌아보고 싶다.
먼저 가신 분들의 아쉽고 못다한 사연들을
말 참견 않고 마냥 마냥 들어드리고....
비록, 이제는 그 무엇하나 해결해 드릴 수는 없지만,
길지도 짧지도 않은 단 한번 뿐인 인생,
무엇이 그리도 아쉽고 한이 되는지....
귀신들과 더불어 하루쯤 토론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