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잠 "
잠을 청한다.
잠이 들려 하는 순간,
이름 모를 검은 새들이
푸드득 거리며 날아 와
무차별 휘젖고 쪼면서
잠까지 몰아 버린다.
바로, 줄이어
풍물패 떼거리가 온다.
징치고, 북치고, 장구치고
뒹글고, 떠들고, 춤추고
그야말로, 난장 부르스다.
두 손으로 귀 막아도
두 눈은 멀뚱 말뚱
잠은 놀라 도망가고
마음은 싱숭 생숭
잠은 자는데,
잠을 자는게 아니고
잠을 자는게 아니지만
잠을 자고는 있다.
울고 싶어라!
희뿌연 창문을 가르마 타고
오늘도 먼동이 트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