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잠

basicstone 2009. 12. 11. 16:19

               " 설    잠 "

잠을 청한다.

잠이 들려 하는 순간,

이름 모를 검은 새들이

푸드득 거리며 날아 와

무차별 휘젖고 쪼면서

잠까지 몰아 버린다.

바로, 줄이어

풍물패 떼거리가 온다.

징치고, 북치고, 장구치고

뒹글고, 떠들고, 춤추고

그야말로, 난장 부르스다.

두 손으로 귀 막아도

두 눈은 멀뚱 말뚱

잠은 놀라 도망가고

마음은 싱숭 생숭

잠은 자는데,

잠을 자는게 아니고

잠을 자는게 아니지만

잠을 자고는 있다.

울고 싶어라!

희뿌연 창문을 가르마 타고

오늘도 먼동이 트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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