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 바 위 "
-- 1971.10.13. --
억겁을 참아온 비애가
속으로 파고 들어, 엉키고 뭉쳐
거므스름한 피부엔
눈물이 고인다.
보기 싫어 눈을 감고
듣기 싫어 귀를 막고,
삶이 싫어 입을 없애도 . . .
가슴에 맺힌
한이야 어쩌리오?
이젠, 버릇이 습관되어
꽃들의 미소와 합창도,
뇌성 벽력의 강박에도
아예,무관심 난 모르오.
사랑도 미움도
애욕도 증오도 몰라요.
이젠, 生死도 잊었나 봐요.
역사를 품고
가슴열어 밤을 새오.
꿈도 내일도 없지만
미련도 욕망도 없지만,
난 슬프지도 않소.
한번도 이사하지 않고
번지가 없어, 편지도 없소.
찾아 갈 사람도 없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소.
난, 언제나 그를
힘껏, 껴 안고 소리없는 그의 말에
귀를 열고 함께 잔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