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1) 꽃 길 "
-- 1974.6.2. --
으스름한 불빛
자욱한 안개 사이로 뻗치는 여명.
아까시아 욱어진 月尾路.
달 꼬리가 숲 사이로 살픗 숨고,
달 그림자 가볍게 파문친다.
간밤에 바람 받아
오솔길은 꽃비단 드르륵 깔아,
사뭇, 님 마중 단장을 한다.
오늘은 휴가 가는 날,
어머님, 날 기다리시고
순아, 동구밖 여울목에 나와 있을까?
삼가, 옷깃을 여미고
꽃길을 걷는다.
발끝을 타고 저려오는 설레임.
까투리 푸드득 날고
이름 모를 작은 새
곱게 반주 한다.
연안 부두 휘황한 네온싸인
물 위에 아롱져 출렁이고,
나는야, 뿌듯한
가슴을 안고,
꽃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