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 수 병 "
온 산하가
고운 단풍에 물들 때면
나는야, 몹쓸병에 몸서리 친다네.
하루종일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파아란 하늘만 바라보고
별일도 없이
그냥, 무작정 서러운 생각에
저 혼자 훌쩍 훌쩍 울기도 하며,
엉뚱하게도, 가끔
개구쟁이 꼬마가 되어
동네 방네 휘젖고 요란을 떨더니
석양 무렵엔, 어느덧
행색 초라한 김삿갓 되어
낯선 산하를 혼자서 맴돌고 있네.
뜬 구름 하나
내 마음속에서 요동쳐
날 울려 놓고, 저 혼자 말없이 가버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