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 再 起 "
--1971.9.26. --
태풍이 몰고 간 초토위에
꿈틀거리던 벌레는,
조그만 웅덩이에서
맑은 하늘을 보았습니다.
새파란 바다에 한 점,
조각배 흘러가고
거꾸로 영근 홍시 속은
고추잠자리 넘나드는 유희장.
갑사댕기, 분홍치마
노랑저고리, 하이얀 모시적삼을
날렵하게 차려 입은 아가씨는
하늘을 향해 마음껏 웃고 있네요.
티없이 맑고 드높은 웃음소리
새파란 하늘에 파문을 던져 줍니다.
낙화 울고 가고 제비가 하직 인사 하던 날
보내고 아쉬운 맘, 그지 없건만
살포시 미소지어 내일을 기약하는
밝은 얼굴엔 그늘이 없더군요.
우수에 잠겨 공상을 하고
고독을 씹으며 절망의 한숨 쉬던
갈갈이 찢긴 벌레의 영과 육을
아가씨 손길이 씻어 주는군요.
한참을 응시하던 벌레는
제 구덩이를 도로 묻고
온 길을 돌아서서 하늘을 다시보고
힘차게 힘차게 전진의 나팔을 불어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