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낙비 "
초저녁
회오리 바람이 심상찮다.
무섭게 덮쳐오는 시커먼 먹구름
악몽에 놀라 깬 승구가 자지러지게 우는데....
캄캄한 밤하늘은 이상스레 고요하다.
바로 그 순간,
번쩍, 번쩍 벼락이 치고,
우르릉 우르릉 천둥소리 요란하다.
시커먼 밤하늘이 커다란 아가리를 벌리고
장대같은 물을 엄청 퍼붇는다.
조그만 산등성 밑
명식이네 밭, 철수네 과수원
눈 깜빡할 순간에, 물거품만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악몽이었다.
제발, 한여름밤의 꿈이라면
꿈이 깨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 오는데....
땀과 눈물과 결실이
한 순간에 빗물 속으로 사라지고
잠시 후, 거짓말처럼
시치미를 뚝 띤채, 비는 멈추고
밤하늘엔 별만 초롱 초롱 빛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