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나들이 "
날씨가 이리 좋은데,
어이, 집에서만 있을소냐?
훌훌 벗고, 훌훌 털고
훌훌, 무작정 나가 보자.
문 열자 마자, 뜨락에는
새삼스레, 목련이 살픗 웃고 있다.
무에 그리 수줍은듯,
개나리는 담장 밑으로 숨고
길따라 벚꽃들이 도열 해
바람따라 꽃가루를 뿌려 주는데,
수양버들이 천변에서 한들 한들 춤을 춘다.
저 멀리, 청계산을 보니
산자락, 골마다 산불이 났다.
웬일인가? 마음이 몸보다 앞선다.
오늘, 진달래, 철쭉이 최종 경선중인가?
서로 서로 질세라, 몸단장하고
제각각 아름다움을 뿜어내니....
산자락엔 온통 레드카펫이 펼쳐져 있다.
산에 난 산불은 산바람 타고
무작정 산에 온 나도 태운다.
진달래, 철쭉 속에 묻혀 있는데,
무슨 수로 산불을 피할소냐?
두어라, 망상에 찌든 마음을
꽃불로 태워, 청정심을 얻어 볼꺼나.
바람이 전하는 풍문따라 봄이 오니
봄따라 만물이 소생하고
너도 나도 흥겨워, 춤추고 노래한다.
산에 산에 부는 산불이
모처럼 나온 나들이객 마음에도
활 활 뜨거운 꽃불을 지핀다.